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사는 김정혜(30ㆍ가명)씨. SNS 상에서 본 그의 일상은 '화려함' 그 자체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해외 여행 사진이 올라오며 수억 원짜리 수입차를 탄 사진이 넘쳐난다. 유명 명품을 구매한 뒤 남긴 '인증샷'은 양념이다. 그는 SNS 상에서 '팔로어'를 1만명 넘게 보유한 일명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유명인)'다. 팔로어들은 김씨의 사진에 댓글을 달며 부러움을 표한다.

그러나 김씨는 별다른 직업이 없는 사람이다. 비정기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수입차나 명품 등 사진은 주변 지인 것을 빌려 찍은 것들이다. 해외 여행 사진 역시 과거에 다녀온 것을 '재탕'하는 식으로 사람들을 속인다. 한 마디로 그의 SNS 속 모습은 철저히 '가짜'인 셈이다.

왜 이런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유명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한 마케팅 작업의 하나"라고 했다. 팔로어가 많아져 인플루언서가 되면 기업으로부터 광고나 마케팅 제안을 받을 수 있으니 일종의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인터넷 세상에서 '유명인'이 되고픈 과시욕구가 있음도 그는 부정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게 잘못된 건 아니지 않느냐"고 김씨는 말했다.

이렇듯 자기 과시욕을 해소하는 공간으로 SNS를 활용하는 세태는 이미 일반화 돼 있다.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한 소비를 하거나 그 과정에서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SNS는 낮은 자존감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기능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자신에게 부여하고 싶은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SNS속 세상을 갈망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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